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
두 분의 결혼을 (안)축하합니다
두 분의 결혼을 (안)축하합니다 | 추주식 | 극 | 2025 | 17분 45초
시놉시스
장애를 가진 연인 재헌과 서연은 평범하게 사랑하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꿈꾼다. 공원에서 건넨 조심스러운 재헌의 프로포즈의 서연의 대답은 승낙이 아닌 계산으로 이어진다. 결혼을 선택하는 순간, 두 사람은 둘 사이의 사랑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 가족의 걱정, 사회의 시선과 마주하게 된다. 서연의 어머니는 “결혼을 하면 생계급여가 줄어 들 수 있고, 임대주택 자격에서도 탈락할 수 있다” 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고, 직장 동료들은 뒷담화로 편견을 쏟아낸다. 재헌의 아버지는 결혼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말라’는 말과 함께 돈봉투 건네며, 차갑게 현관문을 나선다. 누구도 둘의 사랑을 금지하지 않으면서도 “너희는 결혼하지 않는 편이 낫다” 말한다. 서연과 재헌은 혼인신고서를 앞에 두고 흔들린다.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선택했을 때 감당해야 할 불이익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연은 혼인신고서를 찢어버린다. 재헌은 자신의 방 깜빡이는 조명 아래서 찢겨진 혼인신고서를 힘겹게 다시 붙인다. 두 사람은 결혼을 포기하지도, 완전히 선택하지도 못한 채 묻는다. “우리가 함께 살겠다는 게, 축하 받지 못할 일일까?”
“왜 우리의 결혼에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까?”
이 작품은 장애인의 결혼이 축하 보다 걱정이 먼저 떠오르는지에 대해 사회제도와 우리 인식에 대한 경고이다.
인권평
- 최한별 (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저는 꽤 오래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했습니다. 연애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냥 연애만 해도 좋은데, 꼭 결혼을 해야할까?’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애인에게도 늘 “나는 결혼 절대 안 할거야!”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지요. 하지만....결국 제가 애인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나와 결혼해줄래~”하고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제가 갑자기 왜 마음을 바꿨냐고요? ‘이 사람이라면 결혼해도 좋겠다’, ‘앞으로는 이 사람이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마치 영화 속의 재헌처럼요.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라고 하죠(짝사랑 전문가들은 아마 동의하실거예요). 그런데 더구나 평생을 서로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두 사람 모두에게 같이 생겨나기까지 하다니, 그건 정말 더더욱 기적같은 일이겠죠.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 소소한 일상들을 나누고, 우리만의 농담이 쌓이고, 안 씻어서 꼬질한 모습을 봐도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나 자신에게 놀라기도 하고, 천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가족”이 되어가고 싶다는 소망. 이 소망을 갖게 된다는 것은 두 사람의 인생에서 매우 의미있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소망을 법적으로도 인정받기 위해 “결혼”을 결심하는 것은 아주 큰 마음을 내는 일이죠.
이 큰 결심을 한 사랑스러운 커플, 서연과 재헌은 거대한 벽을 마주합니다. 두 사람이 장애인이기 때문입니다. 수급비 문제, 임대주택 문제와 같은 제도적 문제부터 “장애인끼리 애라도 낳으면 누가 돌보려고”,아직 도움도 많이 필요하면서”같은 주변의 시선들도 두 사람의 마음을 꺾습니다. “사랑하는 게 왜 이렇게 벌 받는 것 같냐”는 재헌과 서연의 한숨을 보고 있기 너무나 괴로웠어요. 비장애인인 제가 결혼을 결정하고 마주했던 벽은 기껏해야 ‘휠체어를 탄 친구들도 오기 편하게 접근가능한 예식장 찾기’, ‘빠듯한 결혼식 일정에 맞춰 사진도 찍고 청첩장도 만들기’ 정도였거든요.
결혼, 왜 비장애인들에겐 기쁘고 설레는 행복인 반면 장애인에겐 “벌”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3조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법적으로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에 있는 장애인은 누구든 상대의 자유롭고 완전한 동의를 통해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 영화를 보니 아무래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 조항을 지키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 같네요.
서연과 재헌,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어디에 도착하게 될까요? 여전히 같은 고민을 가진 장애인들도 듬뿍 축하받으며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뭘 해야 할까요?
제작진 소개
| 연출 | 추주식 | 기획 | 스튜디오 추 |
| 제작 | 민들레장애인야학 | 각본 | 추주식 |
| 촬영 | 양준서 | 편집 | 추주식 |
| 녹음 | 추주식 | 기타 | CAST 서권일 (재헌 역) / 문혜림 (서연 역) / 이 봄 (서연의 엄마 역) / 박동섭 (재헌의 아버지 역) / 유재근 (은지 역) / 이건호 (건호 역) / 조장홍 (장홍 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