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사무국의 편지 2

관리자
2023-03-29

장판 활동가가 된 게 정말 어제 같은데 올해가 벌써 세 번째로 준비하는 영화제입니다. 첫해는 코로나로 두 번째 해는 서울시장 선거로 매년 영화제 준비가 참 녹록지 않습니다. 올해는 특히 함께 호흡을 맞추던 동료가 떠나고 처음으로 사무국장이 되어 준비하는 영화제라 얼마나 떨리는지 모르겠어요. (영화제 정말 쉽지 않다!)


얼마 전 326 전국장애인대회에서 출근길 선전전 발언을 할 일이 생겨서 급하게 준비해서 발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을 했어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동지들의 자부심이 되고 싶습니다. 동지들이 투쟁해서 얻어낸 권리들이 장애인 당사자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아직 쟁취하지 못한 권리를 우리가 얼마나 처절하게 저항하고 투쟁하는지 그 모든 순간을 당당히 사회에 내보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조명하지 않지만, 우리가 그 어떤 존재보다 당당하게 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존재들임을 알려내고 싶습니다. 동지들이 없다면 만들지 못하는 영화제입니다. 영화제는 동지들과 함께하며 동지들의 삶과 투쟁을 담아내고 자랑스럽게 세상에 내보이겠습니다. 우리가 만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광장에서 저항의 스크린을 환하게 밝힙시다. 동지들, 4월 27일~29일 마로니에공원에서 뵙겠습니다!"

1박 2일간 쉬지 않고 투쟁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고 있자니 영화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더라고요.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자, 장애인도 시민이다라는 절박하고 선명한 동지들의 구호가 영화제에서 살아 숨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치열하게 투쟁하는 장애인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영화제거든요. 세상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그런 장애인들이 투쟁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존재를 혐오와 욕설을 이겨내고 드러내지 않는다면, 영화제의 광장은 환하게 빛날 수 없을 거예요.


저에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늘 아리송한 느낌이었어요. 도대체 이 치열한 투쟁의 현장에서 영화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계속 되물었어요. 그 의미를 올해가 돼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영화제는 장애인 당사자분들의 자부심이자, 비장애인의 연대의 공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영화제에 관람하러가 아닌 연대하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영화엔 상업 영화들처럼 유명한 배우도 화려한 CG도 없지만, 장애인들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게 영화제 현장에 있을 때 그렇게 자랑스럽더라고요. 그러니 모두 영화제에서 만나요. 후원도 꼭 해주시고요! 그럼, 4월 27일~29일 마로니에 광장에서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