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연극을 쓰다

우리의 연극을 쓰다 | 2020 | 극 | 00:27:00 | 연출ㆍ기획ㆍ제작 김수빈, 신가율, 윤단비





시놉시스


무대 위에서 연극이 펼쳐진다. 관객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 소리로 연극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서영, 승윤과 연극 작가 우리.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들에게 잡지사 기자인 승윤의 친구가 다가온다. 우리의 이야기를 기사로 담고 싶다는 요청이었고 우리는 기분 좋게 승낙한다. 몇 주 후, 우리에게 기사 초안이 도착한다.

“장애를 극복한 연극 작가” “우리씨는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연극작가가 될 수 있음을 몸소 선보였다.” “앞으로도 많은 장애인들이 현실 앞에 주저하지 말고 우리씨처럼 용기를 내 꿈을 이루길 바란다.”

승윤과 서영은 기사를 장난스럽게 읽으며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승윤은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저녁까지 말해달라는 친구의 요청을 우리에게 전한다. 우리는 그날 밤 서영에게 전화해 그 기사에 불편함을 느꼈음을 말하며 고민을 토로한다. 서영은 이를 승윤에게 전했지만, 승윤은 우리가 전한 말에 공감하지 못하며 화를 낸다.

다음날 학교에서 마주친 승윤과 우리 사이에 알 수 없는 벽이 생긴 듯하다.
“글쎄 난 네가 이해가 잘 안 돼서,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우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풀려고 하지만, 승윤은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 회상) 영화는 우리, 승윤, 서영이 처음으로 만난 과정부터 연극을 시작하기 하루 전까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극이라는 꿈을 갖고 만난 3명의 친구. 그리고 각자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을 하며 즐거워했던 3명을 보여준다. 서영과 승윤이 자신의 진로와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면, 서영은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기에 어려운 사회적 환경과 편견적 시선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우리는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서 자료를 찾아 읽고 싶었지만, 다수의 출판사에서는 따로 전자 파일을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자신이 연출한 연극에서 모두가 바쁘게 준비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소외되는 느낌을 져버릴 수 없었다.

다시 현재. 우리는 결심한 듯 승윤을 찾아가 화난 이유를 묻고, 승윤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냐며 우리를 나무란다.

"난 그냥 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거지, 시각장애인 작가, 장애를 극복한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나 장애 극복한 적 없어."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우리.

우리의 속마음을 듣고 반성하게 된 승윤과 서영은 우리의 집에 찾아간다. 서로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세 사람은 다시 예전 같은 친구 사이로 돌아온다.

학내 방송국에서 인터뷰하게 된 승윤, 서영, 우리. 승윤은 배우로서의 길로 앞으로 계속 전진할 것을, 서영은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만 이번 연극이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음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냥 '글 잘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바람을 이야기한다.




기획의도


<우리의 연극을 쓰다>는 시각 장애인 우리가 '연극'이라는 자신의 꿈을 이어나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리가 자신의 연극을 펼치기까지의 어려움과 시각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담고자 했다.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에서는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해서 ‘인간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감동을 유발한다. 언론에서도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을 일삼는다. 하지만, 장애를 극복했다는 말은 ‘극복하지 못한’ 장애인을 패배자로 지칭하며 장애인들이 마주친 현실의 장벽을 가린다. 우리라는 인물을 통해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이 장애인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인 우리를 보는 것이 아닌, 서영과 승윤의 연기를 통해 펼쳐진 '우리가 쓴 연극'에 주목하자는 시사점을 남기고자 했다.




인권평


우리의 연극을 쓰다.
-홍성훈 |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위원

무대 조명이 켜지면 연극이 시작된다. 연극이 이어지고 진지한 대사, 사뭇 비장한 분위기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제법 성공적인 연극을 해낸 배우 승윤과 서영에게 대학 친구들이 꽃다발을 안기며 축하인사를 건넨다. 그들 사이에서 쭈뼛쭈뼛 대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연극 대본을 쓴 우리다. 우리를 본 승윤이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에게로 꽂힌다. 연극 조명은 꺼졌지만 사람들의 관심 조명은 우리에게 닿은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조금 특별한 작가다.

우리는 이동할 때 케인(이동 보조기기)을 이용하고, 청각에 의지하는 삶이 익숙한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글을 쓰는 작가 지망생이자 대학생인데, 어느 날 학교에서 우연히 배우 지망생인 승윤과 서영을 만나 연극을 준비하고 올렸던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노력으로 완성한 연극을 성공적으로 마친 세 사람은 뜻밖의 일을 맞이한다. 그 일은 학내 잡지에 세 사람의 연극을 다룬 기사가 나온 것. 기사는 승윤의 친구가 쓴 것인데, 우리는 그 기사가 조금 불편하다. 그가 불편해하는 지점은 자신을 ‘장애를 극복한 작가’로 부르고 승윤, 서영과 함께 이룬 것들을 지워버린 것이다.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승윤도 마찬가지다. 우리 위주로 나온 기사를 보면서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는데, 우리가 그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니 화가 난 것이다. 둘 사이에서 생긴 이 불편함은 우리와 승윤이 서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둘을 중재했던 서영에게서 들은 말을 오해한 결과다.

영화는 우리와 승윤이 갈등을 고조시키다가 끝에 이르러서 각자의 생각을 확인하고 오해를 푸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승윤은 우리가 왜 그 기사를 불편해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장애 극복 서사’가 지워버리는 수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주인공 세 명은 ‘장애를 극복한 우리가 쓴’ 공연을 한 것이 아니라 세 명이 모인 ‘우리’가 함께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만들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영화는 끝난다.

다루고 있는 주제에 비해 무겁지 않은 톤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장애 극복 서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끔 한다. 다만 “나는 내 장애보다 내 글로 사람들에게 평가받았으면 한다.”는 우리와는 달리 실제로 자신의 장애를 정체성으로 삼아 작업을 하고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많은 장애예술가들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놓치는 것 같아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의 연극을 쓰다>를 연출한 세 명의 감독들이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연극을 쓰다>는 그 출발점으로 삼기에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제작진 소개


연출김수빈, 신가율, 윤단비
기획김수빈, 신가율, 윤단비
제작김수빈, 신가율, 윤단비
각본김수빈, 신가율, 윤단비
촬영신가율, 윤단비, 노희원, 이정재편집김수빈, 신가율, 윤단비
녹음김수빈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