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폐막작
이기적인 조선동
이기적인 조선동 | 황나라 | 다큐 | 2025 | 40분
시놉시스
중증장애인 조선동은 가평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꽃동네’에서 약 14년 살다가 2021년에 김포로 탈시설했다. 원래 잘 걷고 잘 뛰던 사람이었지만 어느 해부터인가 장애가 심해지더니 나중엔 아예 누워서만 지냈다. 죽으러 갔던 시설에서 노들야학과 김포센터의 지원을 받아 약 14년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후 김포시에 있는 자립생활 체험홈에서 자립해서 잘 사는가 싶더니 그는 갑자기 서울로 향한다. 김포에서만 받을 수 있는 24시간 활동지원시간과 체험홈을 버리고 서울로 갔고, 노들야학에 가서 종로구에 살겠노라 선언한다. 영화는, 조선동이 집도 절도 없이 서울시 종로구에 안정적인 일상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인권평
- 이규식, 이정한(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박지원(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사무국장)
고집
가장 먼저 고집이 떠올랐어. 내 고집이 생겨야 끝까지 가지.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쫑알쫑알 하든 내 고집이 있어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고집이 없으면 남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잖아. 나는 그래서 조선동이 한편으로는 싸가지 없지만 싸가지 없는 게, 바로 그게 좋다. 싸가지 없지만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그래야 장애인이 자기 삶이 좀 편하지 않을까. 이동권도 제대로 안돼 있잖아. 근데 여기 서울 혜화동에 오면 장애인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잖아.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친구 만나고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게 가능하지. 조선동은 자기 고집이 있는 거다. 그런 걸 하겠다는 고집. 그게 가장 좋다. 물론 고집 있으면 욕도 많이 먹지. 근데 욕을 많이 먹으면 그게 더, 오히려 더 좋다고 나는 느낀다. 욕도 많이 먹다 보면 자기가 잘못한 걸 깨닫기도 하잖아. 남들이 욕하면 속으로 ‘시팔, 시팔’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갈 수 있어야지. 남들이 나한테 ‘시팔, 시팔’ 한다고 확 삐지고 토라지고 그래서 현장에 안 나오고 하면 결국 자기 스스로한테 도움이 안 되잖아. 근데 조선동은 욕을 먹을 각오가 돼 있다. 내가 바깥에서 보기엔 그렇게 보였다. 만만치 않을 텐데도. 큰 결심을 하고 나오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선동 덕분에 한 지역 안에서 활동보조 시간을 만들었잖아. 큰 성과가 됐다. 가만히 있다가 된 게 아니라 싸워서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그게 내가 보기에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
자원 활동과 조직
조선동이 김포센터를 믿기 때문에 이렇게 나올 수 있었다. 조선동이 자기 혼자 나왔으면 택도 없을 거고. 조선동이 자원 활동가들을 잘 이용했다. 그만큼 자기가 믿고 함께할 사람을 잘 찍은 거다. "따라와라, 도와달라"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을 믿었기 때문에 조선동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포는 김포대로 센터 안에서 자원활동을 잘 조직했고 그다음에 조선동이 2차전으로 노들야학에 잘 개겼다. 보통 사람들이면 집도 없는 장애인이 온다고 누가 재워. 조선동이 깡다구가 대단하다. 그런 깡다구와 믿는 구석이 없으면 결국 노숙하는 채로 살 텐데, 어떻게 잘 싸바싸바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수 있는 길거리와 차, 노들야학 교실까지 받았으니 아주 잘했다. 조선동이 하나 때문에 여섯 명 활동가가 죽어 가는 정도였지만 조선동 스스로게 잘해준 거, 그게 더 훌륭하다. 조선동이 활동가들한테 개기는 걸 포기하지 않았고, 활동가들도 끝까지 책임진 게, 나는 그게 훌륭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활동가들은 자기도 피곤해 죽겠었을 텐데도 만만치 않은 그 상황에서 끝까지 책임졌잖아. 조선동 고집, 그리고 활동가들이 실질적으로 뒤를 받칠 힘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선동이 앞으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 배신 때리지 말고. 졸라게 힘들었던 활동으로 살았으니 잘 좀 살았으면 좋겠다. 자기 하나 때문에 여러 활동가들이 고생 바가지로 했잖아. 그걸 바라보면서 잘 살아야지. 시설에 가지 않는 자체가 잘 사는 거 아닌가. 이렇게 자립이 어려운 건데 이걸 포기하고 다시 시설에 가면 안 되지. 그땐 진짜 나올 수 없잖아. 시설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한테 멘토가 됐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너희들도 힘을 좀 가져라” 하고 사람들 만들어서 싸우고 하는 게 잘 사는 거 아닌가. 성공해서 여러 활동가들한테 모범과 교훈을 보이고, 앞으로 좀 더 투쟁이 필요할 텐데 꾸준하게 본을 보이면서 활동을 잘했으면 좋겠다.
김포와 노들
김포랑 노들이 엄청 큰 결심을 한 거지. 장애인이 부른다고 김포랑 노들이 왜 나와. 김포랑 노들이 뭐가 있다고 같이해. 근데 뭐가 있는 게 아닌데도 각오하고 조선동이 나오는 걸 지원한 거 아니야. 그렇게 할 때부터 김포와 노들은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다. 데리고 나왔으면 책임져야지. 근데 더 중요한 건, 그 책임만 갖고 가면 안 된다. 당사자가 싸울 힘이 생겨야 그만큼 뒷받침을 해주지. 당사자가 멍 때리고 가만있으면 그걸 누가 해줘? 그냥 멀뚱멀뚱 있으면 시설로 보내려고 하겠지. 그래서 나는 조선동이 싸가지 없지만, 그 싸가지 없는 게 오히려 좋지 않나. 여러 활동가들이 그걸 믿었기 때문에 뒷받침한 거지. 김포랑 노들, 조선동 이 셋이 마음이 딱딱 맞았으니까 같이 함께 나간 거다. 누구 하나 삐끗하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김포센터는 김포 지역에서 책임지고 노들야학은 서울에서 책임졌다. 물론 자기 삶을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데 그걸 책임지게끔 만들어주는 멘토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 싸움에선 김포랑 노들이 멘토 같은 역할이었지. 이제부턴 조선동이 김포와 노들이 했던 걸 기억하고, 앞으로 그렇게 똑같이 멘토의 역할을 해야 된다. 누군가의 믿을 구석이 되는 거.
성과와 과제
조선동 때문에 한 곳은 활동보조 시간을 뚫었잖아. 어디서 그렇게 시간을 많이 줘, 택도 없지. 얘 때문에 몇백 명의 ‘판’을 벌여 놨다. 그런 게 바로 성과 아닌가. 이건 조직적으로 성공이지. 활동지원도 주고 주택 돈을 줬잖아. 그럼 성공이지. 앞으로 조선동 같은 사람이 서울 종로구에 오면, 조선동처럼 활동지원과 집을 받을 수 있을까? 글쎄, 내가 함부로 생각은 어렵지만 목숨 걸고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정도로 싸가지 없으면, 그걸 힘으로 할 수 있으니까. 싸가지 없고 고집 있으면 뒤에서 뒷받침해 줄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여러 사람들이 같이 해야지. 물론 시설에서 나오는 분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 많지. 활동보조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경우들이 있으니까. 시설에 있는 거랑 다르지 않아. 그래서 난 조선동 딴 건 다 빼고 고집 있는 게 훌륭하다고 생각해. 활동보조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안 하는 게 우리도 좋고 걔도 좋고. 보통은 시설 살면 보호만 받잖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자기 생각 표현 안 하고. 그게 안 좋다. 원래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시설에 살면서 거기에 푹 젖어 갖고. 원래 시설에 보내면 안 되는 건데 시설로만 팍 보내니까 자기 생각이 없어지게 된다. 그게 문제지. 그래서 조금 깨트려줘야 하는데 보통 깨트려 줄 사람도 없고 있어도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설에서 나오면 그분한테 활동가들이 딱 붙어줘야 된다고 나는 생각해. 그러면서 그 활동가가 알려 주고 하면 좋으니까. 나오자마자 아무것도 모르는데 옆에 자기 활동보조 있으니까 좋아라 하면서 활동보조인만 쪼르르 찾지. 자기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근데 나는 그게 안 좋다고 생각해. 나는 시설에서 나오면 활동가가 딱 붙어서 활동지원사를 하면서 알려 줘야 된다고 생각해. 그러면서 자기 생각을 충분히 말할 수 있게 함께하면 좋겠다. 시설 밖에 나와도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주체적으로 대하지 않고 시키기만 하면, 장애인은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되고, 그러면 시설 밖에서도 사실 시설 같은 삶을 사는 거야.
시설에 들어가 살 때 정부와 지자체가 시설에 돈을 주는데, 그럼 나오면 나온 사람한테 필요한 돈을 줘야 한다. 필요한 대로 나한테 줄 정도가 돼야 한다. 그래야 내 맘대로 다 하지. 그 돈을 안 주는 게 말이 안 되지. 그건 ‘내 돈’이잖아. 내가 사는 데 필요한 돈. 근데 나한테 주면 안 돼?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돈들이 있잖아. 먹는 거, 그 건물, 옷도 입어야 되고 그리고 직원들 인건비도 있고. 그거 다 돈이 들어가잖아. 그럼 그건 내가 살아가기 위한 돈이니까 '내 돈, 나를 위한 돈'인 거지. 그럼 내가 자립하고 지역사회에 살면 돈을 줘야지. 내가 지역사회에 살 때 들어가는 집, 옷, 밥, 활동보조. 이 돈도 줘야 하는 거지. 원래 나한테 줘야 할 돈이니까 내 돈이고, 그러니까 나한테 줘야 한다. 원래 내 거니까. 빨리 나와서 나한테 주면 잘 살 수 있지.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잖아
나는 해본 게 아예 없었잖아. 이때껏 50살 먹도록 내가 하고 싶은 거 못 해 봤잖아. 지금 시설에서 나온 사람도 여러 가지 다양하게 다 하고 싶잖아. 근데 하고 싶은데 돈이 없잖아. 그럼 그거 어떡해. 내가 직접 해보고 당해보고 해야 조금조금씩 실력이 크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못 해 봤잖아. 용기가 안 생기잖아. 진짜 용기가 안 생겨. 아무것도 모르는데 뭘 알고 해. 벌써부터 힘이 쫙 빠지고. 그래서 나는 조선동이가 거기서 진짜 훌륭하다고 생각해. 직접 해보고 나와보니까 여러 사람들이 붙었잖아. 그래서 자기가 시도하고 그러면서 용기가 또 생기고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자기가 직접 당해봐야 된다. 그러면 실력이 조금조금 커진다. 그래서 나는 서울시가 시설에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당사자한테 돈을 주면 좋겠는데. 물론 그것도 문제가 많긴 한 게, 당사자들이 돈 있으면 그냥 막 써버리잖아. 근데 그것도 하나의 연습이라고 생각해. 만약에 그 사람이 그냥 돈을 다 써버리고 다시 시설로 들어가? 그럼 다시 나올 때 똑같이 쓸까? 아니지. 그것도 다 연습이지. 연습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그것도 안 주잖아. 왜냐하면 돈 주기 싫어서. 나는 그래서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바깥에 나와서 한번 살아보고, 또 들어가서 살아보고 하면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팍팍 생기잖아. 그럼 그때 나오면 제대로 살겠지. 한 번도 바깥에서 자기 혼자 사는 걸 못 해봤잖아.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고 시설에 나와서 바깥에서 살고 이건 아니라고 또 들어가서 살아보고 그때 가서 생각이 팍팍 들고. 그럼 진짜 제대로 살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래, 연습이 좀 필요하다. 안 된다고 말을 하지 말고 되게끔 만들어줘야지. 미리 안 된다고 하면 죽을 때까지 안 돼. 그래서 해보기 전까진 모르잖아. 한번 해보고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다르게 해보는 거고. 자기 스스로 딱딱 해야지 남들이 '된다, 안 된다' 하면 안 돼.
너는 잘 살아? 내가 미리미리 안 된다고 하면 좋아? 그래서 남이 안 된다 말을 하지 말고 해 보고 실패하면 실패하는 거고. 실패하면 또 들어가서 살다가 또 나오고. 당해봐야 돼. 물에 빠트리듯이 팍 밀어봤으면 좋겠어. 포기하든 살려고 버둥거리든 걔 맘이지. 자기가 선택하는 거지. "하지 마, 물에 빠지면 죽어"라고 미리 말하면 끝이야. 그냥 팍 밀어야 된다고. 그럼 어떻게든 살아야 하잖아. 그래서 나는 그게 좀 좋다고 생각해. 싸우는 것도 그래. 한번 당해봐야 다음부터 똑같은 방식으로 안 하지. 머리가 없으면 해봐야 돼. 그래야 금방금방 배워. 해보기 전까진 모르잖아. 영화제 슬로건이 타이밍이 진짜 조선동이랑 딱 맞는다.
제작진 소개
| 연출 | 황나라 | 기획 | 노들야학,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
| 제작 | 전장연TV | 각본 | |
| 촬영 | 황나라 | 편집 | 황나라 |
| 녹음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