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선정작



Mapping    

Mapping | 조주현 | 다큐 | 2025 | 10분



 

시놉시스


세진은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인공와우를 통해 세상의 소리를 감각한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발자국 소리와 같게 들렸던 2 채널 보청기에서 채널 48 보청기 인공와우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들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공와우 매핑을 거칠 때마다 세진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목소리조차 다르게 느낀다. "나는 진짜라는 게 지쳤다고 해야 하나 언제까지가 '진짜 소리'랑 제일 가깝냐고.” 주현은 세진이 감각하는 소리가 궁금했지만 이내 그 궁금증은 세진이 듣는 소리가 아닌 사람의 말소리를 잘 들리게 하는 기술을 탑재한, (그리하여 청각 중심의 사회에 편입해야 하는 사용자 목적을 가진 인공와우와) 그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진짜소리'라는 게 뭘까. 진짜는 없는 것 같아. 그냥 정상성이 만들어낸 환상 같아.” 




인권평

- 지희경(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개발된 의료기기가 인공와우다. 다만 기기의 구조상 진짜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여러 번 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조정 과정을 매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짜 소리’란 무엇일까? 청각장애가 없는 사람이 듣는 소리가 진짜 소리일까? 영화 <매핑>은 세진이라는 인물이 매핑과정을 겪으면서 품은 ‘진짜’에 대한 의문으로 채워져 있다.

 

인간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을 구성한다. 그리고 쉽게 자신의 현실이 다른 모두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것이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된) 특정한 현실에 자신을 ‘매핑’해야 한다.

 

세진은 생각한다. ’’나는 진짜라는 게 지쳤다고 해야 하나 언제까지가 ‘진짜 소리’랑 제일 가깝냐고.” 개인으로 하여금 정상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강제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지칠 수밖에 없다. 매번 자신의 고유한 현실을 부정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개인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통합되어 온 그동안의 사회는 다양한 낙오자를 만들었다.

 

정상, 진짜, 순수 같은 단어들이 선호되는 이유는 그 단어들을 사용하여 현실을 구성하면 세계를 보다 쉽게 정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쉬운 이해’를 경계해야한다. 쉬운 이해는 종종 많은 세부를 누락한 것에 불과하며, 독해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고유한 관점의 가능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진짜 소리’라는 말이 그 범주 밖의 다양한 소리 경험을 지워버리고 그 소리 경험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관점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핑>은 우리에게 몇몇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면들을 제공한다. 이때의 난해함은 관객 안에 ‘진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매핑>만의 고유한 표현이다. 영화 자체가 이해의 차원을 넘어 존재하는 하나의 타자로서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 같다. 이미지와 소리, 소리와 의미의 연쇄를 교란시키며 의미 짓기 게임을 거부하는 영화 속 순간들. 관객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감각할 수는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매핑>이라는 타자의 고유성에 설득된다.

 

“서로의 현실에 접속하려 할수록 자꾸만 미끄러진다.” <매핑>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 말을 통해 이 영화가 제공하는 독특한 감각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다. ‘접속’이라는, 타자의 경험에 닿으려는 공감의 시도는 매번 미끄러지는 식으로 좌절된다. 이 질문은 자신의 경험이 아닌 세진이라는 동료의 매핑 경험을 다룬 감독 개인에게도 중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완전한 공감의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개인들의 연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미끄러짐’이라는 감각은 영화 전반을 관통한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계속 미끄러지면서도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끄러지면서도 끝끝내 우리에게 와 닿는다. <매핑>은 “결코 완전히 포개어질 수 없는” 다양한 몸들의 연대에 대한 고민을 동력으로, 미끄러지며 나아가는 영화다.




제작진 소개


연출조주현기획조주현
제작조주현각본조주현
촬영박세영편집조주현
녹음김혜정기타색보정 조주현
사운드 NOK
출연 김소연, 조주현, 홍세진
타이틀 디자인 인디비주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