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선정작



우리의 일 자리   

우리의 일 자리 | 최호영 | 극 | 2025 | 10분



 

시놉시스


자립생활센터에 처음 출근한 ‘권중’은, ‘차혐호’ 불편시 시장이 장애인 권리 예산을 일방적으로 줄인다는 통보를 받는다. ‘권중’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 권리중심일자리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권평

- 이정한(2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집행위원)


<우리의 일 자리>에서 영화의 재현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가. 장애인에 관한 영화는 그간 '장애에 대한 재현의 실패'가 문제였다. 각자의 방식으로 장애인을 재현하며, 비장애인 배우의 연기, 비장애인 연출가의 의도 등이 담기며 장애인에 관한 왜곡된 시각이 반영되어 왔다. 이는 장애인인권영화가 저항하는 지점이다. 장애인에 대한 재현에 비장애인의 시선과 관점이 반영될 때 결국 장애인은 어떤 방식으로든-그 영화가 얼마나 인권적인 주제를 다르고 있건 간에-대상으로 위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인인권영화의 목표는 바로 그 재현에 대한 물음, 대상적 위치가 아닌 주체적 위치에 설 수 있음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의 일 자리>는 그 경계 어딘가에 서 있다. 2022년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의 전동스쿠터 사고부터 시작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폐지, 그에 활용되는 정치적 목표에 관해 다루고 있다. 2023-2024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폐지 사태,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담아낸다. 장애인 권리를 에워싼 제도와 일상에 대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을까?

장애에 관한 역사 속에서 장애인 스스로는 어떤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400명 해직 노동자는 지금도 각자의 방식으로 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에 매일같이 나간다. 다른 누군가는 복지일자리를 통해 생계수단을 찾았다. 또 다른 이는 취업은 하지 못했고 야학 학생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장애인이나 노동자였던 자신의 삶과 이름을 걸고 공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일 자리>는 곁에서 이 사태를 어떻게 목격하고 소화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경기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수행 기관의 노동자들은 다달이 국회의사당역에서 장애시민 권리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복직의 기반이 될 제도화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언제든 이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경기도의 노동자들은 이 탄압의 역사에 관한 짧은 연출극을 통해 참여한다. 목숨을 빼앗길지도 모르고 '모가지'가 잘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반복적으로 가닿는다. 그래서, 우리는 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폐지를 다시 반복하여 이야기하는가? 우리는 왜 한 지역의 투쟁에 함께하고 있는가? 우리는 왜 이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가.

다분히 짜여진 연출, 미리 작성된 대사를 낭독해 왔던 <우리의 일 자리> 출연자들은 마지막에 이르러 분명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매체를 통해 정치인의 모습을 재현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또렷이 전하는 것이다. 나의 욕구, 나의 욕망, 나의 희망, 나의 불안. 그 희망과 불안을 오가며 만든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다. 그곳에 존엄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발언부터는 더 이상 재현이 아니다. 화면은 이제 현실의 자리로, 현장의 자리로 옮겨 간다. 장애인으로서의 자긍심과 그 존엄성을 알리는 권리중심 노동으로써, <우리의 일 자리>는 사건의 재현을 통해 노동의 직접 발화가 전해진다.

'권중'(한유진 노동자 분)은 말한다. "보치아를 하면서 짜릿함을 느낍니다. 공예 수업에선 나만의 작품을 만듭니다. 연극 수업에선 우리의 권리를 말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하고 미래를 위한 저축도 합니다. 만화책 '윈드브레이커'도 사고 축구 경기도 봅니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복지관에서 가만히 앉아서 주는 것만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 사사로운 꿈과 같잖은 행복의 무게를 보라. 공예를 배우며 '내가 만든 작품'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이 더딘 즐거움, 사오십 대가 되어서야 형형색색 머리에 색을 입히는 저 유치함, 몇십만 원 월급을 받아 만화책을 사 보는 그 철없음들을. 교육도 노동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이 비장애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지만, 이 정도의 행복과 즐거움이 가치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노동자라 칭하고 있다. 우리의 일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장애인노동자 400명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그래서 다른 곳의 노동자들 역시 자신의 자리가 언제고 꺾이고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위태로운 불안 속에 살아가지만, 그러나 여전히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노동을 하고 있노라고, 일자리 폐지는 삶에 상처를 남겼고, 그러나 이 노동은 결국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우리 일의 자리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길거리, 지하철 승강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격리와 배제에 맞서는 일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는 노동이 일궈지고 있다.




제작진 소개


연출고경호, 남기훈 외기획최호영
제작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각본최호영
촬영최호영편집최호영
녹음최호영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