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작

여우와 두루미 (부제 : 초대전쟁)

감독 : 양준서

제작년도 : 2020년
기획·제작 : 양준서, 지오필름
제작 형식 : HD, 12분

시놉시스
절친 사이인 한 장애인이 비장애인 친구를 식사 초대 하면서 시작된다. 비장애인이 집들이 겸 장애인 친구의 집에 가서 식사를 하지만, 나루에 집에는 그릇과 포크가 단 2개뿐. 먼저들 먹으라고 하고 주식은 나무젓가락이라도 얻기 위해 편의점으로 간다. 하지만, 친구는 이미 식사를 다 마친 상황. 물론 주식의 몫까지.

기분이 상한 주식은 복수를 다짐하고, 나루를 집으로 초대한다. 물론 나루가 먹기 힘든 음식과 포크를 준비하지 않고서 말이다. 결국 나루도 기분이 상하게 되고, 둘의 초대 전쟁은 시작된다.
기획의도
모든 사람관계가 다 그렇겠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금 더 가까이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나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기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점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또한 비장애인도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이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많이 없어지지 않을까?

여기서 관점은 "이해"라는 것이다. 물론 장애인도 비장애인을 이해 해야하지만, 서로를 잘 알아야 이 관계가 더더욱 잘 성립이 될 수 있다. 서로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방법 또한 잘 알 수 있게되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습니다.
인권평
여우와 두루미

김유미 | 19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위원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희화화하지 않고 웃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일상에서 자주 느낀다. 장애를 둘러싼 여러 표현들은 정치적 긴장 속에 있을 때가 많다. 웃고 욕하는 일상의 작은 표현들 속에 손쉬운 빗댐과 무신경한 대상화가 있다. 장애와 장애인은 손쉬운 욕지거리 표현이 되는가 하면, 실수할까 두려워 말 건네기 어려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우와 두루미’를 보며 오랜만에 크게 웃을 수 있었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 배우가 훨씬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얼떨떨한데, 배우들은 ‘어라 이거 장애차별 아니야?’ 싶게 헷갈리는 짓궂은 장난들을 주고받는다.

나루와 주식, 이들은 서로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절친한 사이이다. 나루는 집에 놀러온 친구 주식에게 짜파게티를 끓이게 하고, 주식이 젓가락을 찾으러 간 사이 여자 친구와 함께 짜파게티를 홀랑 다 먹어버린다. 뇌병변장애인인 나루의 집엔 젓가락이 없고, 포크만 딱 두 개가 있을 뿐이다. 약이 오른 주식은 콩자반과 젓가락으로 복수를 기약하고 나루를 집으로 초대해 작은 승리를 거둔 뒤 낄낄거린다. 영화는 이 과정을 유머 가득하게, 대놓고 웃기는 방식으로 담고 있다.

장애, 비장애의 관계 속에서 대놓고 약 올리고 웃기는 일이 가능한 건, 이들 관계에 쌓인 힘의 균형 덕분 아닐까 싶다. 어느 한 쪽으로 쉽게 찌그러지는, 불균형한 힘의 관계에선 우정이나 유머가 어렵다. 우리 사회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힘의 불균형 속에 처할 때가 많다. 물론 힘의 열세는 대체로 장애인 쪽이다.

이 작품은 인천의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에 오랜 기간 장애인,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부대끼며 가꿔온 민들레 공동체의 경험과 힘이 깔려있다고 본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획을 넘어 유머와 자유를 경험하는 공동체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짜장 범벅이 된 입으로 활짝 웃는 나루의 얼굴과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싹싹 긁어먹으며 기뻐하는 쪼잔한 주식의 모습 덕에 더 잘 웃을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다.
제작진 소개
연출 양준서 기획 양준서
제작 지오필름 각본 양준석/추주식
촬영 양준서 편집 양준서
녹음 양준서 기타 ◎ 상영날짜
05.14.(금) 14:00 마로니에공원
05.15.(토) 14:00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5층 이음홀